2009년 06월 26일
대한늬우스, 짓밟힌 코미디
쇼를 하는건 좋은데 그 쇼를 하는데 코미디언이 휘둘리고 있는 꼬라지가 화가 난다.
코미디언은 가장 예민하게 상황을 받아들여서 이상한 상황을 우습게 만들어 놀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바보인 척을 해도 천박하다 손가락질 하지 않고 키스를 보내는 거고.
애정이 있던 코미디언들이 그러고 있는 걸 보니까 씁쓸하다. 그들에게 화가 나기 보다
광대에게까지 그런 일을 시키는 그 가혹함과 천박함에 속이 쓰리다.
대체 광대에게 스스로 탈을 내준 왕이 얼마나 있을까. 왕이 시켜서 왕의 탈을 쓴 광대들
은 탈 뒤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왕의 탈을 쓰고 왕이 시킨 말을 떠들고 있는 광대
를 어떤 관객이 봐줄까.
대한늬우스를 찍은 코미디언들이 그걸 찍고 온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면 슬프다.
혹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하면 더욱 슬프다.
코미디가 얼마쯤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해오긴 했지만 이번 일을 보니 아예 사라진 것을
내가 아직 몰랐던 건 아닌지. 코미디에 걸고 있던 나의 기대와 애정을 어떻게 해야할 지.
그들이 탈 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면 조금 늦어도 좋으니 언젠가는 자신들이 만든
탈을 쓰고 자기들의 말을 해야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들을 대신 해주어야 한다.
이런 내 기대가 말짱 헛된 거라면, 코미디가 죽은 줄 몰랐던 어리석은 시대착오였다면
이제야 비로소 코미디를 버릴 수 있겠다.
아주 작은 암시만 주어도 나는 기다릴 수 있을텐데.
# by | 2009/06/26 01:04 | 지구,중얼거림 | 트랙백 | 덧글(0)





